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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200억 탕진한 ‘노름꾼’ 아버지의 정체를 알고 오열한 딸


만약 아버지가 시집간 딸이 시댁에서 받은 돈을 빼앗아가 도박판을 벌이고, 그 돈마저 잃어 버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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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조선에서 제일가는 파락호(가문의 몰락을 부추긴 사람)라고 불린 김용환의 딸 김후웅는 바로 그 일을 겪었다.

EBS ‘역사채널e’

김후웅의 시댁은 장롱 하나 마련 하라며 돈을 줬다.

노름꾼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이 돈을 가져가 도박판에 쏟아 부었고, 사람들은 그런 아버지를 “집안을 망하게 한 파락호”라며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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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버지는 가문에 이름난 조상 학봉 김성일을 빗대어 “우리 집안에 ‘학봉’과 ‘난봉’ 두 봉황이 나왔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니냐?”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전 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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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역사채널e’

경북 안동 일대에서 유명한 명문가의 장손으로 태어난 김용환은 한때 의병 부대에 일원으로 독립운동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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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찰에 체포되어 갖은 고초를 겪고 풀려난 뒤,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노름판을 전전하며 집안의 가산을 탕진하는 도박꾼으로 전락했다.

김용환이 도박판에서 날린 재산만 무려 200억원이 되었다.

하지만 김용환이 도박꾼이 되어 전 가산을 탕진해야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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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역사채널e’

일제의 감시와 방해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독립운동을 도울 수 없다고 판단한 그가 자금 조달을 위해 도박꾼 행세를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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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도박판에서 돈을 날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라진 재산에 대한 의심을 피함과 동시에 만주의 독립군에게 자금을 조달했다.

EBS ‘역사채널e’

김용환은 자신에게 파락호라는 비참한 수식이 따라다녔음에도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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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김용환을 보고 그의 동료가 “이제 만주에 돈을 보낸 사실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해도 되지 않겠나?”라고 묻자 “선비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대답하고는 눈을 감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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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아버지의 정체를 알게된 딸 김후웅은 시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국가보훈처

오늘에야 알고보니 이 모든 것 저 모든 것 독립군 자금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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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천석 재산 다 바쳐도 모자라서

하나뿐인 외동딸 시댁에서 보낸 농값 그것마저 다 바쳤구나.

그러면 그렇지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

내 생각한대로 절대 남들이 말하는 파락호 아닐진대.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

–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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