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있는 김규진(28) 씨는 이달 초 현재 다니는 외국계 회사에서 결혼 축의금과 신혼여행 휴가를 신청했다.
회사에는 청첩장을 내는 일 외에는 별다른 규정은 없었지만 김 씨는 떨었다.
그는 동성인 여성 배우자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레즈비언이었기 때문이다.
김규진 씨는 “남자친구는 없지만 여자친구는 있다”라며 현재 직장 동료에게 2년 전에 커밍아웃을 했다.
성 정체성 공개에 거리낌이 없는 그였지만 결혼 경조금 신청에는 두려움이 앞섰다.
이전 직장에서 커밍아웃을 했다가 소문이 나는 바람에 좌절하는 일을 종종 겪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팀장과 사전 협의도 하고 인사팀에 공식 이메일을 보내 문의하려 했다. 오히려 팀장이 ‘회사 사람이라면 다 신청하는 건데 뭐하러 그러느냐’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신부만 2명인 청첩장을 접수한 인사팀에서는 “결혼을 축하드린다”라는 의례적 멘트와 승인을 받았다.
김 씨는 “최종 승인을 받았을 때는 감동스러웠다. 결재권자 승인 도장이 하나씩 찍히는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혼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웨딩 촬영을 마치고 결혼식장도 예약했다.
동성애자 커플은 결혼식장에서 “우리 웨딩 홀 격을 떨어뜨린다”라는 말과 함께 ‘퇴짜’를 맞는 경우도 있어 김규진 씨에게는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다.
김규진 씨는 “웨딩 플래너가 식장에 ‘성소수자 웨딩인데 예약이 되느냐’라고 물었더니 사장님이 ‘다 같은 돈 아니에요?’라고 했다더라. 우려보다 다들 호의적이어서 어려움은 별로 없었다”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뉴욕에서의 혼인신고도 마쳤다.
야심차게 개시한 커플 운동화.
신고 보니 언니께 더 예쁜듯 ?#ShoegameStrong pic.twitter.com/oFFqNVYwDi— 규지니어스 (@kyugenius) 2019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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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혼인을 허용하는 전세계 28개국 중 시민권자·거주기록 등 특별한 요건을 요하지 않는 곳 중에서 뉴욕을 택한 것.
김규진 씨는 만난 지 6개월 만에 예비 배우자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얼마 전부터 김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레즈비언으로 사는 삶을 적어 올리고 있다.
회사에서 결혼 경조금을 받았을 때는 트위터를 통해 그날의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결혼 경조금 후속으로 배우자 부모의 환갑 경조금도 받는 것이 또 다른 도전 과제로 남았다.
그의 꿈은 CEO가 되어 커밍아웃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는 위치에서 퀴어사회를 가시화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것이 꿈이다.
성소수자로 사는 것이 사회인으로서의 성공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희망도 알리고 싶다.
김 씨는 “실명으로 블로그에 ‘저는 행복하게 살고 있다’라고 얘기하는 것도 동성애에 대한 희망적 콘텐츠가 적기 때문이다. 제가 성공할 때 쯤이면 커밍아웃을 할 필요조차 없는 사회였으면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