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얼굴을 알몸 사진에 합성해 SNS에 유포한다면 어떨까.
듣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지인 능욕’이라 불리는 디지털 성범죄는 특정인의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해 인터넷에 배포하는 범죄다.
최근관련 범죄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유포가 돼도 성폭력 범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 17일 연합뉴스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정적인 사진에 얼굴합성… ‘지인 능욕’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 연합뉴스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로 접수된 실제 사례를 각색해 보여줬다.
한 여성은 “어느날 학교 친구가 제가 성적인 행위를 하는 사진이 SNS에 올라와 있다고 하더라”라며 “알고봤떠니 제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진 중 눈 감고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 나체와 합성한 사진이었다”는 제보를 남겼다.
여성은 “제 이름과 신상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이게 제 신체가 아니라서 처벌이 안되고 SNS 가계정은 찾기가 어려워서 수사도 안된다고 하더라”라며 “정말 무섭고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인능욕 피해를 입은 여학생의 어머니의 호소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을 올린 어머니는 “가해자가 선정적인 사진에 아이의 얼굴을 합성하고 성매매를 원한다는 악의적인 글을 작성했지만 이를 제대로 처벌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2017년 하반기에 실시한 음란, 성매매 정보 중점 모니터링에서 적발한 사례 494건 중 지인능욕 합성이 291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합성음란물 관련 범죄는 단독 범행이 아닌 다수의 가해자가 참여한 집단 성폭력의 양상을 띈다”며 “하지만 이를 신고해도 현행법상 가해자를 성폭력 관련 혐의로 처벌할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인능욕과 같은 합성음란물에 대해서는 음란물 유포와 명예훼손죄만 적용된다.
법무법인 GL의 김현아 변호사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해서 유포한 행위나 얼굴 합성하거나 이제는 동영상(딥페이크)까지 하는데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한다는 것에서 동일하다”며 “그런데 하나는 성폭력 범죄로 들어와있고 합성은 안 들어와있다. 모두 성폭력 범죄로 포섭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인 합성은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더욱 발전하고 있다.
딥페이크포르노는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여성 연예인의 얼굴이나 일반인의 얼굴을 합성해 제작한 포르노 영상을 일컫는다.
배우 엠마왓슨과 스칼렛 요한슨이 딥페이크 포르노에 얼굴이 사용되는 피해를 입었다.
최근 중국에서는 인공 지능 기술로 여성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한 포르노가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친안 중국사이버공간전략연구소 소장 “기술의 발달이 입법보다 앞서 있다”며 ” 중국에는 아직 AI 관련 법률이 없다.point 157 |
다만 포르노 업자들은 현행법에 따라 음란물 유포와 초상권 침해로 처벌 받는다”고 전했다.point 44 | 1
이에 따라 중국은 AI 관련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미국 또한 딥페이크 포르노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버지니아 주는 딥페이크 영상을 리벤지 포르노 금지 법안에 포함시켰으며, 해당 법안은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기술 발전에 따라 합성음란물 범죄가 지능화, 다양화되고 있는만큼 이에 발맞춰 법과 인식 개선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