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새해가 밝았는데 연휴가 끝나자마자 경비원들은 실직 통보를 받았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A(72)씨는 지난 29일 주택관리업체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문자에는 “이번 달로 근로계약이 만료되는데 더 연장하지 않겠다. 그동안 고생했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이에 당황한 A씨는 “계약 만료 사흘 전에 나가라고 하면 당장 어디 가서 밥벌이하라는 말이냐”며 “아무리 나이를 먹었다지만 이렇게 갑자기 내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알고보니 해당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24명 중 무려 8명이 똑같은 내용의 실직 통보를 받았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6년 이상 꾸준히 성실하게 일해온 경비원들은 문자 한 통에 일터를 잃게 됐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 주민들은 가파르게 오르는 관리비로 인해 회의를 거쳐 경비원 인원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관리사무소는 “최근 지어진 아파트들에는 무인 택배함과 고화질 폐쇄회로 (CC)TV 등 경비원들이 해왔던 업무를 대신하는 기기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관리비 절감 차원에서 인건비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그동안 열심히 일했던 분들로 알고 있는데 일이 이렇게 돼서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당분간 업무 공백이 있겠지만, 현재로선 경비원을 새로 뽑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몇몇 아파트 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CCTV 추가 설치와 관제요원 고용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관리사무소는 주변 아파트 동대표 회의 등에서도 경비원 감축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전하며 “경비업법 개정에 따른 경비원의 업무 제한과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로 다른 아파트에서도 경비원의 실직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