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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버린 게 아니야”…실종 아동이었던 엄마가 ‘딸’을 실종했다


지난 1995년 6월 16일, 하늘이(당시 만 4세)는 엄마가 쥐어준 새우볶음 밑반찬을 한 움큼 들고 나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엄마는 “아빠 올 때 됐으니까 씻어야지”라며 하늘이를 불렀지만, 하늘이는 “저기 잠깐 갔다오겠다”라며 미처 말리지도 못한 사이에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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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아주머니가 “하늘이 어디 가니”라고 물었지만 하늘이는 씩 웃고 그대로 골목을 내려갔고, 그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지난 5일 한 매체에 장기실종아동 조하늘(현재 28세)의 아버지 조병세 씨(58)는 24년 간 딸을 찾아다닌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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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그는 “돌이켜보면 내 자신이 너무 무능력하다. 부모된 입장으로 아이 하나 지키지 못하고.. 그게 최고로 (견디기) 어려운 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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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조 씨 아내인 하늘이 어머니 역시 어릴 적 실종되었던 경험이 있어 하늘이가 겪을 고통, 아픔을 그 누구보다 절절히 느꼈다.

사건추적 25시

조 씨는 “(아이) 잃어버리는 것도 대물림한다는 이야기 하고..마음의 병이 이루 말 할 수 없이 깊어만 갔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호전되었는데 우울증이 와서 고생 많이 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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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가 나간 지 10분이나 지났을까.

퇴근하고 집에 온 조씨에게 “아이를 찾으러 간다”라고 한 아내는 돌아오더니 “하늘이가 안 보인다”라고 했다.

뉴스1

당시 재개발지역이었던 동네는 이사 간 빈 집이 많았고, 일부 주택은 곳곳이 철거되어 썰렁한 기운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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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아내와 급히 동네방네 돌아다니고, 경찰에 신고도 했으나 딸을 찾지 못했다.

이틀 뒤 이사 예정이었던 조 씨는 딸을 포기할 수 없어 이사 계획을 최대한 미루고 미뤘다.

전국 보육원, 유치원, 학교를 모두 찾아다니고 전단지도 배포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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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아동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경찰도 허락 없이 함부로 보육시설에 들어가지 못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신고되지 않은 미인가시설도 전국에 수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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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가 다른 실종 아동 부모들과 아이를 찾아다니며 조사한 미인가시설 목록을 복지부가 오히려 넘겨받는 상황이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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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홀트 같은 해외입양기관에도 가서 자료를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며 싸워가며 본 자료도 겨우 4~5명이었다.

외교부는 출입국관리소를 통해 해외로 나간 아이들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경찰 요청에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시종일관 불허가 통보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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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조 씨는 또 다른 문제를 겪었다.

하늘이가 실종된 해 겨울, 연탄불이 꺼져 냉골이 된 집에 혼자 웅크려 잠든 아들 (당시 만 7세)을 발견 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내에게 남아 있는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그때부터 하늘이를 혼자 찾으러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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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는 노력으로 실종아동법이 2005년 제정돼 2006년부터 시행되었지만, 이미 중고등학생이 됐을 하늘이를 찾는 데에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했다.

기존 장기 실종 아동은 사진이나 서류가 없는 경우가 많았고, 서류가 있더라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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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이 DB는 완성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씨는 지금도 하늘이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조 씨의 아내 역시 8살 어린 나이에 오빠 손을 놓쳐 실종되었다가 지난 2010년, 45년 만에 가족을 찾았다.

부모님과 형제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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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하늘이는 (더 어려서 실종돼) 가족들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지 의문이고 많이 걱정된다. 하늘이가 어디서든 몸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잘 있으면 만날 수 있지 않겠냐”라며 애써 웃어보였다.

하늘 씨의 예상 모습/뉴스1

하늘이를 찾게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 씨는 “일단 용서를 구하고 싶다. 부모가 돼서 지켜주지 못한 죄를 빌고 딸에게 ‘너를 버린 게 아니라 실종된 너를 지금까지 찾고 있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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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시간이, 이 암흑의 터널이 이제는 좀 끊어졌으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바라는 건 그거네요… (하늘이) 엄마도 완전히 쾌유되지 못하겠죠,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는”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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